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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말이 법이었어요"... '가스라이팅' 피해자는 왜 성매매로 내몰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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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4회 작성일 23-01-1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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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가스라이팅 성매매 피해자 인터뷰]
2013년 가해자와 학원 동료로 처음 만나
"객지 생활 도우미 자처해 믿고 따랐다"
강제 이혼·재혼 후 성매매 강요 등 본색
매일 폭행, 협박·회유도... "꼭 처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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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저한테는 언니 말이 그냥 법이었어요.”

성매매, 아이 돌봄, 집안 청소, 제사 준비, 원하지 않던 이혼에 강제 재혼까지. 지난 3년간 A씨가 감내해야 했던 삶이다. 노예 생활보다 더한 그의 소식이 알려지자 파장은 컸다(▶관련기사: [단독] "낮에는 애 보고 밤엔 성매매"... 옛 동료 강제결혼까지 시켜 노예처럼 부린 부부). 대중은 피해자를 머슴처럼 부리며 5억 원을 갈취한 부부를 향해 분노를 쏟아냈지만, 한편으론 ‘지능에 문제가 있지 않고서야 그리 오랜 기간 속수무책 당할 수 있느냐’는 의문도 꼬리를 물었다.

A씨는 온갖 추측에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을 정도로 정신은 멀쩡해요. 그땐 극심한 폭행을 당해도 ‘내가 잘못해서 맞는구나’라는 생각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무엇이 잘못됐는지 잘 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넘어갈까 봐 두렵다”고 했다. 그가 인터뷰에 응한 이유다.

가해자 B(41)씨와는 직장동료 사이였다. 처음 알게 된 것도 2013년 대구의 한 학원에서 교사로 일하면서다. B씨는 사회초년생인 A씨가 낯선 객지 생활을 버거워하자 기꺼이 ‘절친 언니’를 자처했다. A씨는 일과 남자친구, 주거 등 모든 문제를 가해자와 의논했다. 어떤 신용카드를 만들지, 액세서리는 무얼 살지, 사소한 것 하나까지 B씨에게 의지했다. A씨는 “사촌오빠 집에 얹혀살고 있었는데, 다 큰 성인끼리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언니가 나오라고 했다”며 “진심으로 나를 위해 주는 것 같아 더 믿고 따르게 됐다”고 말했다.

언니는 서서히 본색을 드러냈다. 2017년 A씨의 결혼이 결정타가 됐다. 피해자가 금전적 어려움을 겪자 “돈을 관리해 주겠다”면서 자신 소유의 낡은 아파트로 이사하라고 권했다. 그러더니 끊임없이 이혼을 종용했다. 남편은 B씨를 탐탁지 않아 했지만, 꾐에 빠진 A씨는 결국 이혼할 수밖에 없었다. 몇 달 뒤엔 언니가 정해준 남성과 재혼까지 했고, 이름도 바꿔야 했다.

어느덧 A씨는 언니한테 심리적으로 완전히 지배당했다. B씨가 시키는 건 뭐든지 해야 했다. 성매매도 그렇게 시작했다. “전부 돈과 관련돼 있었어요. 개명하는 데 400만 원이 들었다며 갚으라고 하고, 생활비가 많이 든다면서 하루 80만 원에서 최대 150만 원의 할당량을 주고 성매매를 시켰습니다.”

언니가 경북 일대 특정 지역을 지목하면, B씨는 그곳에서 손님을 물색해 할당 금액을 채웠다. B씨 부부의 후배인 재혼한 남편은 A씨가 도망가지 못하게 지켜보는 감시자였다. 돈을 채우지 못한 날엔 어김없이 부부의 무자비한 매질이 돌아왔다. 할당량을 채워도 ‘전화를 빨리 받지 않는다’ ‘생일 선물을 안 준다’ ‘대답이 늦는다’ 등 갖은 핑계를 대가며 매일같이 때렸다. 폭행 후에는 꼭 ‘성매매를 폭로하겠다’거나 ‘나중에 같이 집 짓고 행복하게 살기로 하지 않았느냐. 조금만 고생하면 된다’는 식으로 피해자를 어르고 달랬다. 협박과 회유는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의 전형적 수법이다.

A씨를 구원해 준 건 역설적이게도 성매수 남성이었다. 지난해 9월 한 남성은 피해자의 몸에 난 상처를 보고 그를 설득해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수사를 거쳐 13일 B씨를 구속하고, 그의 남편과 A씨 남편은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현재 전문기관의 보호를 받고 있다.

A씨의 바람은 하나다. 가해자들이 마땅한 처벌을 받는 것, 그래서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것이다.

대구=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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